동그리맘의 공부하는 육아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는 다양한 육아 지식들을 공유합니다.

  • 2025. 5. 28.

    by. 동그리맘09

    목차

      요즘 따라 동글이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자주 내요.
      처음엔 “유치원에 다니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문제는 그 짜증 끝에 꼭 “엄마, 안아줘”가 이어진다는 거예요.
      그런데 말이에요. 저는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진짜 큰 갈등이 일어나요.
      막 방금 전까지는 “싫어! 이거 아니야!” 하면서 소리 지르던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안아줘” 하니까… 머리는 이해하려고 하는데,
      진심으로 안아줄 마음이 잘 안 생길 때도 있어요.

       

       

      짜증 후 안아달라는 아이, 받아줘야 할까?

      한 번은 너무 지친 상태였어요.
      동글이가 엄마 말을 자꾸 무시하듯 행동하고,
      화를 냈다가 또 안아달라고 매달리는데
      그 순간 저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도저히 못 누르겠더라고요.
      “안아주는 건 좋은데, 왜 이렇게 버릇없게 굴까?”
      “화를 냈다가 왜 또 안기는 걸까?”
      혼란스러운 마음에, 저는 동글이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조용히 거실로 나와 앉아 있었죠.
      그랬더니 동글이가 따라 나오더니,
      “엄마, 엄마 왜 그래?” 하며 제 얼굴을 계속 들여다보더라고요.
      그 순간에도 마음은 여전히 억울하고 서운했지만
      결국엔 마음을 가라앉히고 “엄마 지금 속상했어”라고 말해줬어요.

      이게 맞는 방식인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당시엔 화를 참지 못해 아이에게 버럭하는 것보다
      그냥 대화 없이 시간을 두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았어요.

       

       

      감정의 ‘거절’보다 ‘공백’이 나은 이유

      아이에게 화가 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반응은 "하지 마!", "그만 좀 해!" 같은 단호한 거절의 말이에요.
      하지만 이런 즉각적인 감정 거절은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마음속엔 ‘내 감정은 틀렸구나’라는 불안감을 남길 수 있어요.

       

      유아기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거나 정리할 능력이 부족해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그만 울어!”, “왜 그런 식으로 화내?”라고 말하면
      아이 뇌 속에선 “나는 잘못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받게 되죠.
      이건 곧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심리적 안전감은 아이가 세상을 향해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인데,
      그 시작은 ‘내 감정이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에서 시작된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co-regulation’, 즉 ‘공감적 조절’을 강조해요.
      아이 혼자 감정을 조절할 수 없을 때, 옆에서 부모가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고
      그 감정을 받아주며 진정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이건 꼭 말로만 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
      때로는 조용히 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눈빛이나 표정으로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요.

       

      이러한 ‘감정의 공백’은 뇌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우리가 화가 났을 때, 뇌의 편도체(amygdala)는 강한 위협 반응을 일으키고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이성적 판단 기능은 잠시 멈추게 돼요.
      하지만 몇 분간 심호흡을 하거나 침묵하는 시간만으로도
      편도체의 흥분이 가라앉고, 다시 전두엽이 작동하면서 감정 조절이 가능해진다고 해요.

      이런 점에서 ‘즉각적인 거절’보다
      ‘잠시 멈춤(Pause)’이 훨씬 건강한 감정 대응이 되는 거죠.

       

      게다가 부모가 잠시 침묵하거나 거리를 두는 모습은
      아이에게도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모델링하게 해요.
      “화났다고 바로 소리 지르기보다, 이렇게 조용히 마음을 다스릴 수도 있구나”
      라는 걸 몸으로 배우는 거죠.

      물론 이런 멈춤이 감정의 회피가 되면 안 돼요.
      아이를 외면하거나 거절하는 태도로 보일 경우 오히려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 있죠.
      하지만 따뜻한 시선과 함께 “엄마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조금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해준다면,
      이건 아이에게도 ‘존중’이라는 경험이 돼요.

       

      결국, 우리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그저 감정을 조절할 수 없을 땐 잠시 멈추고,
      다시 다정하게 돌아가는 연습을 반복하면 되는 거예요.

       

       

      “짜증은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에요”

      아이들이 짜증을 내는 이유는 대부분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유아기의 뇌는 아직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죠.

      짜증은 그저 “내가 너무 힘들어”,
      “내 기분이 이상해”, “엄마가 필요해”라는 수많은 감정의 뭉침일 수 있어요.

      그래서 엄마가 보기엔 "왜 저렇게 비논리적으로 행동할까?" 싶지만,
      사실은 아이가 감정이 넘쳐서 어쩔 줄 몰라서, 그리고 그 감정을 안아줄 사람을 찾고 있어서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달려드는 거예요.

       

       

      안아줘야 하나요? 기준은 ‘감정’이 아닌 ‘연결감’

      아이에게 짜증을 내던 바로 그 순간, 다시금 “엄마, 안아줘”라고 말하는 동글이를 보면
      속으로는 ‘지금 왜 또 안아달라는 거야?’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분명 행동은 잘못됐다고 느껴지는데, 그 상황에서 품에 안는 게 맞는 걸까?
      ‘지금 안아주면 나쁜 행동을 계속 반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럴 때 기준이 되어야 하는 건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감정’에 대한 연결감이에요.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은 분명히 교정이 필요하지만,
      그 순간 아이가 보내는 “지금 너무 힘들어”라는 감정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거든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감정을 수용하는 것과 행동을 허락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해요.
      “지금 울고 싶구나, 속상했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고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은
      아이의 존재와 감정 자체를 받아들이는 일이지,
      그가 한 행동까지 모두 허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엄마한테 소리 지르는 건 안 돼. 하지만 지금 속상한 마음은 이해해.
      엄마가 안아줄게.”
      이렇게 ‘감정은 수용하고, 행동은 조율하는’ 방식을 반복하면
      아이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구분하는 능력도 점점 길러지게 돼요.

       

      또한, 우리가 아이를 품에 안아주는 순간,
      아이의 뇌에서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사랑의 호르몬이 분비돼요.
      이 호르몬은 긴장을 완화시키고,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어서
      아이의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생물학적 작용을 해요.
      엄마와의 신체 접촉은 단순한 위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거죠.

      이렇게 감정이 고조된 순간에 부모가 먼저 다가가 안아주는 행위는
      아이의 뇌에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신호를 각인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들이 쌓일수록, 아이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안전한 존재라는 기본적인 신뢰감을 갖게 돼요.
      이를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이라고 부르는데,
      이 애착은 평생 동안 아이가 자신감 있게 관계를 맺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기반이 되는 아주 중요한 심리적 자산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 순간 무조건 안아주라는 뜻은 아니에요.
      부모가 감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았을 때 억지로 감싸 안는 건
      오히려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감정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행동을 조율한다는 태도입니다.
      그러려면 부모 역시 자신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필요하다면 잠시 거리를 두고 다시 연결되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래서 양육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말이 있죠.
      바로 ‘교정(correction)보다 연결(connection)이 먼저’라는 말이에요.
      행동을 고치는 일보다,
      감정을 이해해주고 아이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훨씬 큰 교육이라는 의미예요.

      아이의 문제 행동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조율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엄마는 내 마음을 이해하려 했어"라고 기억하는 경험은
      그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을 지탱해 줄 따뜻한 뿌리가 됩니다.

       

       

      엄마의 감정도 ‘존중’ 받아야 해요

      그리고 이 모든 것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
      바로 엄마의 감정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엄마도 사람이에요.
      지칠 수 있고, 짜증 날 수 있고, 화도 날 수 있어요.

      부모가 된다고 해서 감정의 신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억지로 감추거나 죄책감에 휘둘리기보다
      “내가 지금 이 감정에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그리고 잠깐 거리를 두고,
      아이에게도 “엄마 지금 마음이 복잡해서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자”라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용기.

      동글이와 함께하는 요즘,

      저는 감정이라는 게
      '바로 다스려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서로 조율하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엄마도 감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 짜증 내는 아이, 안아줘야 할까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늘 정답이 없는 시험 같아요.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흔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매일 아이와 다시 시작하고, 다시 안아주고, 다시 웃어요.

      오늘도 혹시 아이의 짜증에 지쳐 마음이 울컥했다면
      그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나도 지금 힘들어”라고 말해보세요.
      그 순간, 나도 아이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