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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월 무렵 아이가 구석진 곳이나 좁은 공간을 유독 좋아한다면,
이는 상상력과 정서 발달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어요.
작은 공간은 아이에게 통제 가능한 세상, 자신만의 규칙이 통하는 안심처로 인식되며,
놀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성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행동 예시와 함께, 그 발달적 배경과 놀아주는 팁까지 함께 나눕니다.
요즘 저희 동그리는 하루 종일 구석에만 있어요.
놀이터에서도 구석, 집 안에서도 구석, 아니면 이불을 쳐놓은 빨래 건조대 밑.
처음엔 '이제 어지간히 집도 지루하겠지~' 했는데,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이 아이는 진심으로 구석진 공간을 ‘선택’해서 그 안에서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대략 40개월쯤부터 시작됐던 이 행동은 지금 43개월이 되어서 절정에 달했어요.
심지어 본인이 구석에 들어가는 걸로 모자라서,
“엄마도 여기 앉아!”, “아빠는 옆에 누워!” 하며 우리를 그 좁은 공간 안으로 불러요.
그렇게 다리 저려가며 앉아 있다 보면
‘이게 도대체 왜 이렇게 좋은 걸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
혹시 발달적인 이유가 있는 건지, 아니면 성향에 따른 건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오늘은 우리 아이가 요즘 빠져 있는 구석 공간 놀이,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발달심리적 의미와
부모로서 어떻게 이 시기를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우리 아이, 구석에 빠지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처럼 보였어요.
40개월쯤부터 방 구석에서 혼자 블록을 쌓거나,
소파 옆 좁은 공간에 들어가 장난감을 들고 나갔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더라고요.
그런데 43개월이 되니 이건 취향이구나! 싶을 정도로 구석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빨래 건조대에 이불을 덮어주면 ‘비밀 아지트’를 발견한 듯한 표정,
집 안 텐트를 치면 그 안에 인형, 장난감, 책까지 죄다 들고 들어가
“여기에서만 놀 거야~ 엄마도 여기로 와~” 하며 신나게 초대해요.
문제는… 그 초대를 거절할 수가 없다는 거죠.
좁은 텐트 안에 아빠까지 들어가서 다리 저려서 절뚝거리며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만큼 아이는 이 구석진 곳에서 안정감과 집중, 상상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던 거예요.아이는 왜 구석진 공간을 좋아할까?
1)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세계’의 필요
이 시기 아이들은 주변 세상이 커 보이고 복잡하게 느껴져요.
특히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거나 사회적 관계가 확장될수록
자신만의 공간, 자신이 주도권을 갖는 안전지대가 필요해져요.
좁은 공간은
- 예측 가능한 환경,
- 자신이 규칙을 정할 수 있는 공간,
- 실패해도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져요.
이건 어른들이 카페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야 마음이 편한 것과도 비슷해요.
즉, 좁은 공간은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통제감을 동시에 주는 특별한 공간이에요.
2) 상상력이 폭발하는 시기
만 3세~4세는 아이들의 상상놀이가 활발해지는 시기예요.
인형에 말을 붙이고, 블록으로 집을 짓고, 엄마가 곰이 되었다가 선생님이 되었다가 하는 시기죠.
구석 공간은 상상의 배경이 되기 딱 좋은 무대예요.
- 텐트 안은 ‘비밀 기지’
- 커튼 뒤는 ‘요정 숲’
- 소파 아래는 ‘공룡이 안 보이는 안전한 곳’이 되는 거죠.
실제로 공간놀이를 많이 하는 아이일수록 언어 표현력, 문제 해결력, 자율성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3) 감각적 자극 조절을 위한 선택
좁은 공간은 시각, 청각, 촉각 자극이 줄어드는 곳이에요.
즉, 감각적으로 과도한 외부 자극으로부터 아이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특히 기질적으로 예민하거나 내향적인 아이는
자주 조용한 구석을 찾아 머무는 경향이 있어요.
이는 회피가 아니라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려는 발달적 자기 조절 행동일 수 있어요.아이가 공간놀이를 할 때, 부모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1) 함께 구석에 들어가주세요. (단, 너무 오래는 말고요!)
초대받은 부모는 그 공간에 함께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내 공간을 인정받았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요.
단, 다리 저리지 않을 정도로만!
2) 아이의 공간은 가능한 한 '간섭하지 않고 지켜보기'
구석에 들어간 아이가 조용하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거나
“거기서 뭐해?”, “거기 위험하잖아” 하는 간섭은 오히려 상상력의 흐름을 끊을 수 있어요.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의 아지트구나~ 거기서 뭘 하고 있어?”
“엄마도 초대받을 수 있어?”
→ 존중하는 태도가 아이의 공간 놀이를 더 확장시켜줘요.
3) 미니 텐트, 담요, 쿠션 등으로 ‘안전한 구석’ 만들어주기
- 미니 텐트
- 테이블 밑 담요
- 커튼 뒤 빈 공간
이런 곳을 아이 전용 아지트로 만들어주면,
공간 놀이가 더 풍부해지고 정서적 안정도 커져요.혹시 걱정해야 할 행동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석 공간을 좋아하는 것 자체는 매우 정상적이고 건강한 발달 행동이에요.
다만 다음과 같은 행동이 동반된다면,
조금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 사람을 과하게 회피하거나
- 공간 밖으로 나오는 걸 심하게 거부하거나
- 반복적으로 한 가지 놀이만 고집할 경우
이 경우에는 정서적 불안 해소의 수단일 가능성이 있으니
아이의 말과 행동을 잘 지켜보며, 필요하면 전문가 상담도 고려해보는 게 좋아요.요즘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를 보며
어릴 때 저도 이불 속에서 혼자 인형 갖고 놀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아이에게 그 공간은 단순한 ‘구석’이 아니라,
세상에서 내가 제일 편안하고,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 우주일지 몰라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아이의 텐트 안에 다리를 구부리고 들어가
“엄마는 괴물, 너는 공주”라는 역할극을 또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구석에 머무는 시간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상상하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니까요.'경험으로 알게 된 육아 노하우 > 유아 발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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