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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글이는 유치원에서 낮잠을 안 자요.
처음엔 “그래, 이제 낮잠 졸업인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그 짧은 시간에
매번 같은 패턴이 반복돼요.
“안아줘!”, “싫어!”, “이거 아니야!”, “으앙~” 하며
정말 소리 지르고 바닥에 주저앉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저는 솔직히 너무 당황스럽고,
‘지금 얘가 졸려서 이러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떼쓰는 건가?’
싶어 속이 답답할 때가 많아요.
무게도 15kg 넘는 동글이를 안고 집까지 오는 것도 벅차고요.유아의 짜증, 정말 '떼쓰기'일까?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짜증을 낼 때
‘이걸 받아줘야 하나? 아니면 단호하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돼요.
특히 졸린 시간대, 피곤한 날, 뭔가 자꾸 감정이 올라오는 시점이라면 더 그렇죠.
그런데 전문가들은 유아기의 감정 표현은 대부분 ‘의도적인 떼쓰기’보다
‘감정의 넘침’으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떼쓰기(tantrum)는 통제된 행동이지만,
감정 표현은 통제되지 않은 본능적인 반응이라는 거예요.
우리 아이들은 자기감정이 뭔지도 정확히 모르고,
그걸 말로 표현할 능력도 아직 부족해요.
결국 “짜증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이라는 물이 넘쳐나는 중”
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감정 조절, 아직 미완성인 뇌의 이야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장 답답한 순간 중 하나가
“왜 이토록 쉽게 폭발할까?” 하는 의문일 거예요.
조금만 거슬려도 짜증을 내고, 안 된다 하면 울음을 터뜨리고,때론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 모든 행동은 사실 아이의 ‘뇌’가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유아기 뇌는 전체적으로 활발하게 성장 중이지만,
특히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예요.
이 전전두엽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성적인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부위인데,이 부위가 완전히 발달하는 데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들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너무 커지면,스스로 "이 감정은 좀 참아야겠어"라고 판단하거나 조절할 수가 없는 거예요.
반면에 공포, 분노, 불안과 같은 강한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는
아주 어릴 때부터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즉, 유아기 아이들의 뇌는 감정이 생기면 그것을 다이렉트로 반응하게 만드는 구조예요.
그 감정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조절 시스템'은 아직 덜 만들어졌으니,아이는 폭발하듯 그 감정을 바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거죠.
게다가 감정을 조절하려면 뇌 안에서 서로 다른 부위들이
복잡하게 연결되고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 신경망(connectivity) 자체가 아직은 미성숙하기 때문에감정이 생기면 흥분 상태로 치닫기 쉬워요.
어른이 보기엔 사소한 일도 아이에게는 감정의 뚜껑이 열리는 충분한 계기가 되는 거예요.이런 이유로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그래서 '공감적 조절(co-regulation)'이 꼭 필요해요.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고, 다정하게 반응하며,감정을 대신 수용해주는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점점 자신도 그렇게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걸 배워가는 거예요.결국, 지금 우리 아이가 울고, 소리 지르고, 안아달라고 떼쓰는 그 모습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조절할 수 없어서 그런 거예요.
엄마의 따뜻한 눈빛과 말 한마디가 아이의 뇌에 조금씩 안정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거죠.졸림 + 피로 + 정서 소진 → 감정 폭발
동글이도 마찬가지예요.
하원할 때쯤이면 배도 고프고, 졸리기도 하고, 하루 종일 노력해서 참았던
작은 스트레스들이 축적되어 있어요.
그걸 엄마인 나에게 가장 안전하게 터트리는 거죠.
“엄마, 나 너무 힘들었어!”를 아이는 말 대신
“안아줘!”, “싫어!”, “으앙!”이라는 감정적 언어로 표현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럴 때는 ‘화를 내야 하나?’보다
‘지금 내 아이가 뭐가 힘든 걸까?’를 먼저 떠올리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아이의 감정 표현, 이렇게 받아주세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아요.
저도 동글이가 엉엉 울면서 안아달라고 하면
허리도 아프고, 눈치도 보이고,
‘왜 이렇게 버릇 없이 구는 거지?’ 하고 생각하게 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려고 해요.
아이의 감정을 “괜찮아, 동글아. 힘들었구나.”,
“엄마가 여기 있어.”
이런 말로 안정시켜 주고,
아이의 감정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주는 거죠.
그다음, 아이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때
“오늘 유치원에서 좀 힘들었구나?”
“밥 먹고 씻고 나면 같이 뒹굴거리자~” 같은 말로
감정을 말로 옮기는 연습을 함께 해보려고 해요.
이게 바로 감정 코칭(emotion coaching)이고,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예요.감정 폭발을 줄이는 현실 루틴 팁
하루 종일 유치원에서 낯선 환경과 여러 자극을 견뎌낸 아이는,
하원하는 순간 그 피로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오곤 해요.
특히 동글이처럼 낮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이미 바닥난 상태에서
엄마 품에 안기게 되는 거죠.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감정을 정리해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저는 동글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체를 ‘전환 구간’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놀이터에서 집으로 바로 이동하면 갈등이 생기기 쉬우니까,
꼭 간식이나 작은 선택을 제안해요.
“오늘은 바나나우유 먹고 집에 갈까, 아니면 사탕 먹을까?”
이렇게 선택지를 줘서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게 하면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줄어들더라고요.
이건 아이에게 작은 예측 가능성을 부여해 주는 방법이기도 해요.
집에 들어오면 갑자기 불을 환하게 켜는 대신,
살짝 어두운 간접조명을 켜두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줘요.
요즘은 바흐의 클래식이나 백색소음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는데,
이상하게도 동글이의 목소리도 그만큼 차분해져요.
냄새도 자극이 될 수 있다 보니, 라벤더 오일을 한두 방울 디퓨저에 떨어뜨려두기도 해요.
이런 조용한 환경은 아이의 과잉 흥분된 감각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데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는 건 단순한 식사보다 ‘편안한 간식 루틴’이었어요.
예를 들어, 오트밀 쿠키나 견과류 가루가 들어간 바나나 퓌레처럼
혈당을 천천히 올려주는 간식은 아이의 기분을 부드럽게 만들어줘요.
물론 간식은 배부름보다는 정서적 안정의 의미로 접근하는 게 핵심이죠.
잠깐 소파에 눕혀놓고 “오늘도 수고했어, 우리 동글이”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순간,
아이는 비로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구나’ 하는 메시지를 받는 것 같았어요.
이것도 루틴이에요.
매일 똑같이 반복되면 아이의 뇌는 이 상황을 예측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돼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엄마도 지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만 꾸준히 하는 것이에요.
모든 걸 완벽히 해내려는 루틴은 오래가지 못해요.
“하원 후 한 가지 간식 + 어두운 조명 + 껴안는 시간”
이 세 가지 정도만 정착되어도 아이의 감정 폭발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요.이건 아이를 달래기 위한 루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엄마 자신을 보호하고 숨 쉴 수 있는 루틴이기도 하다는 걸
동글이와 함께하면서 점점 더 깨닫고 있어요.엄마도 감정을 받아야 할 시간
아이의 짜증을 감정 폭발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 숨은 메시지를 읽어주려고 노력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특히 하루종일 육아로 지친 엄마에겐 더더욱요.
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했으면 해요.
아이의 감정은 훈육 이전에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나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이는 큰 힘을 얻고 있다는 걸요.
오늘 하루, 나도 많이 힘들었다면
그걸 인정하고 다독이는 시간도 꼭 가져보세요.
아이의 감정도, 엄마의 감정도
서로 조율해 가며 자라는 과정이니까요.'경험으로 알게 된 육아 노하우 > 유아 발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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