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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월부터 30개월까지, 우리 아이는 거의 매일 밤 자다 말고 울면서 깼어요. 안아주고, 우유 주고, 거실까지 나가도 진정되지 않아 너무 힘든 시간이었죠. 그 시기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의 발달과정 속 '수면 퇴행'이었던 것 같아요. 이 글에서는 그 3개월 간의 실제 경험과 함께,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견디고 회복했는지를 전문가의 시선과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시작은 작은 울음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악몽인가 싶었어요.
밤 10시에 잠들던 아이가 자정 즈음 벌떡 일어나 울기 시작하더니,
“안아줘! 우유 줘! 거실 나가자!” 같은 말을 하며 더 크게 울었어요.
요구하는 걸 다 해줘도 진정되지 않았고,
결국 아이를 안고 거실을 돌고, 등을 두드려주고, 우유를 데워줘도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어요.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적어도 30분은 울었고, 그 울음은 점점 더 격해졌죠.
그렇게 매일 밤이 ‘전쟁’이 되었어요.
밤이 오는 게 무서울 정도로요.밤마다 반복되던 패턴 – 진짜 이유는 뭘까?
‘이건 도대체 왜 이럴까?’
그때는 정말 몰랐어요. 너무 화가 나기도 했고,
"내가 육아를 잘못했나?", "내가 뭔가 잘못 반응했나?"라는 죄책감도 들었죠.
그런데 나중에 보건소에서 열린 부모 교육에서 “수면 퇴행(Sleep Regression)”이라는 말을 듣고 알게 됐어요.
특히 24~30개월 사이에는 아이가 급격한 인지·정서 발달을 하며 밤잠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시기 아이는 낮 동안 쌓인 감정과 피로, 흥분, 불안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수면 중 감정 정리를 울음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낮엔 아무 문제 없어 보여도, 밤이 되면 무의식적으로 쏟아지는 감정…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이해돼요.전문가들이 말하는 '수면 퇴행'과 ‘야경증’ – 이 시기의 울음, 단순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흔히 아이가 밤에 자다 울면 “악몽인가?”, “낮에 무슨 일이 있었나?” 정도로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 발달 단계에서 ‘수면 퇴행(sleep regression)’이라는 큰 흐름이 있어요. 특히 2세 무렵은 인지, 언어, 정서 모든 영역이 급속히 확장되는 시기라 밤잠이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어요.
27개월~30개월은 아이의 뇌가 마치 ‘고속도로 공사 중’처럼 활발하게 재구성되는 시기예요.
낮에는 다양한 자극과 감정을 받아들이고, 밤이 되면 그걸 정리하는데…
그 정리 과정이 아직 미숙하다 보니 밤에 울거나, 일어나거나, 갑자기 불안을 표현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거죠.
이 시기 부모들이 가장 많이 겪는 것이 바로 수면 퇴행이에요.
정상적으로 자던 아이가 갑자기 자다가 깨고,
예전에는 스스로 다시 잠들 수 있었던 아이가 울며 매달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낮에는 멀쩡하고 잘 노는데, 밤만 되면 “안아줘!”, “우유 줘!”, “거실로 가자!” 하며 감정이 격해지죠.
이 모든 게 사실은 ‘감정과 독립심 사이의 갈등’, ‘낮의 자극 정리 실패’, ‘정서 불안’에서 기인한 정상적인 발달 현상일 수 있어요.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한 수면 퇴행이 아니라, ‘야경증(夜驚症, night terrors)’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야경증은 수면 중 깊은 비렘(NREM) 상태에서 발생하는데, 보통 잠든 지 1~2시간 후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눈을 뜨고 울거나 비명을 지르며 극도의 공포를 표현하는 현상이에요.
놀라운 건, 아이가 이 상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부모가 아무리 진정시키려 해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저희 아이도 이랬어요. 밤 1시쯤 울면서 일어나더니, 눈은 뜨고 있지만 엄마인 저를 못 알아보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나가자’, ‘우유 달라’고 말하는데, 막상 행동은 제지해도 안 멈추고, 울음은 더 커졌죠.
지금 생각해보면 ‘야경증’의 초기 형태였을 수도 있다고 느껴요.
야경증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환경 변화 등과도 관련이 깊고, 생리적으로 뇌가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부모가 어떻게 해도 아이가 당장 차분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는 억지로 깨우거나 움직이지 말고, 다치지 않도록 조용히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처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물론 모든 아이가 야경증을 겪는 건 아니고, 대부분은 일반적인 수면 퇴행의 일부로 겪는 밤중 각성이지만,
중요한 건 이런 반응이 부모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아이의 뇌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결론적으로 이 시기의 밤중 울음과 깸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부모로서 너무 당황하지 말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반응으로 안전감을 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건, 이 시기는 반드시 지나간다는 사실이에요.나는 이렇게 버텼어요 (육아 팁)
사실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3개월간 이 시기를 보내면서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을 공유해 볼게요.
1) 감정에 반응해 주기
요구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감정에 반응해 주기.
“거실 가자”, “우유 줘”보다 “무서웠구나”, “엄마 여기 있어” 같은 말이 효과적이었어요.
2) 일관성 있는 대응
어떤 날은 안고, 어떤 날은 무반응으로 누워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아이가 더 혼란스러워했더라고요.
하루하루 대응 방식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했어요.
3) 내 몸부터 챙기기
허리가 정말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안는 걸 줄이고
이불 깔고 같이 누워 등을 두드리는 방법으로 바꿨어요.
나 자신을 챙겨야 아이를 돌볼 여력도 생기더라고요.결국 이 시기는 지나갑니다.
정말 거짓말처럼, 3개월쯤 지나자 아이는 스르륵 밤에 다시 잘 자기 시작했어요.
그 시기에는 밤이 오는 게 무섭고, 울음소리에 놀라 깨는 제가 더 예민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발달의 한 과정이었어요.
아이도 자라야 했고,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배워야 했던 시기였던 거죠.
그렇게 울면서도, 아이는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나 지금 힘들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던 거예요.혹시 지금, 밤마다 아이가 자다 깨서 우는 모습을 보고
당황하고, 지치고, 자책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도 잘하고 있어요.”
“이 시기는 반드시 지나갑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곧 아이는 혼자 잠드는 법을 배우고,
부모인 우리는 그 시절을 돌아보며 ‘그때가 있었지’ 하며 웃게 될 거예요.'경험으로 알게 된 육아 노하우 > 유아 발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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