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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잠투정’ 일 거예요.
저도 요즘 동글이 때문에 매일 저녁이면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유치원이 끝나고 유치원 놀이터에서 6시 넘어서까지 노는데
집에 돌아올 때면 항상 짜증을 내요.
낮잠을 안 자서 피곤한 날에도, 일찍 자야 하는 날에도 꼭 그 타이밍에 짜증을 내고,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 하며 안아달라고 울어요.
무게도 15kg가 넘으니 안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든데, 그 와중에 가만히 있지도 않고
막 몸을 비틀고, 바닥에 눕고, 다시 안기고 하니까
허리며 어깨며 온몸이 남아나질 않아요.
그럴 땐 “아, 나도 누가 안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지치고요.
하지만 알고 보면, 아이 입장에서는 그 짜증도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오늘은 아이가 왜 잠투정을 하는지, 그리고 그런 순간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면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을지
저의 경험과 함께 정리해보려고 해요.왜 졸리면 짜증부터 낼까?
어른 입장에서 보면 ‘피곤하면 자면 되지, 왜 울고 짜증을 낼까?’ 싶은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아이들, 특히 생후 12개월에서 48개월 사이의 유아들은 아직 자기 몸의 상태를 인지하고,
그 감각에 맞춰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미숙한 상태에 있어요.
다시 말해 “나는 지금 졸리다”라는 감각을 인식하고, “그러니 이제 자야겠다”라고
행동을 연결짓는 인지적 전환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는 거죠.
신경학적으로 보면, 유아기의 뇌는
특히 감정과 생존 본능을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영향력이 크고,
반대로 논리적 사고와 자기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executive function)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어요. 이로 인해 피곤함이라는 강한 신체적 신호를 받아도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거나 상황을 인식해서 “잘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이 어려운 거예요.
또한, 아이가 피곤한 상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기 시작합니다.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면 오히려 각성도가 높아지고, 뇌는 흥분 상태에 가까워져요.
그래서 졸릴수록 오히려 아이가 더 활발해 보이고, 짜증이 심해지는
역설적인 과잉 각성(paradoxical hyperarousal) 상태가 나타나는 거죠.
이럴 때 부모는 “왜 자꾸 더 놀려고 해?” 하고 의아해지지만,
사실 그건 아이가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더 무질서해지는 신호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자신의 신체 상태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기라는 점이에요.
졸리면 “엄마, 나 졸려서 힘들어”라고 말하는 대신
“안아줘!”, “싫어!”, “더 놀래!” 같은 감정적인 표현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어요.
말로 표현하지 못한 피곤함이 짜증, 짜릿함, 눈물, 고집으로 표출되는 거죠.
어쩌면 그 짜증은 “지금 너무 힘든데 나도 어쩔 줄 모르겠어”라는 아이의 또 다른 언어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고 나면, 단순히 "왜 자꾸 울어?"라고 반응하는 대신,
“아, 지금 이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피곤함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어요.
그럼 부모의 감정도 조금은 가라앉고, 아이에게도 훨씬 따뜻한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아달라는 아이, 계속 안아줘야 할까?
15kg 동글이를 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방 안을 돌다 보면
진심으로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특히 아이가 잠투정할 때는 가만히 안겨 있는 것도 아니고
막 몸을 뒤틀고, 머리를 박고, 갑자기 내려오겠다고 떼쓰니까
정말 허리와 마음이 동시에 무너져요.
그럴 때마다 저는 "지금 이 아이는 잠이라는 복잡한 상태로 넘어가는 걸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니,
내가 잠시 그 다리를 건너주는 역할을 해주는 거다"라고 생각하려고 해요.나중에는 안아준다고 해도 싫어할 때가 올 테니 안아달라고 할 때
많이 안아주자는 생각도 있고요.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건 결국
“지금 이 감정을 내가 받아주고 있다”는 신호니까요.
물론 안아주되, 내가 너무 힘들 땐 무릎에 앉히거나
등을 두드리며 앉은 채로 안정을 취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현명한 대처법 – 아이를 도와주는 루틴 만들기
잠투정은 사실 ‘그 순간’을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미리 준비된 ‘잠들기 루틴’이에요.
아이들은 predictability, 즉 ‘예측 가능한 순서’를 매우 좋아해요.
그래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순서로 잠자리에 들게 하면
몸도 마음도 자연스럽게 안정 모드로 전환돼요.
예를 들어 저희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
1. 저녁 먹고 난 후 조명 살짝 낮추기
2. 조용한 음악이나 백색소음 틀기
3. 책 한 권 읽기
4. "오늘 수고했어~ 내일 보자~" 같은 마무리 멘트
5. 이불 덮고 포옹하며 눈 맞추기
이 순서를 반복하다 보면 아이 스스로도
“이젠 자야 하는 시간이구나” 하고 몸이 반응하게 돼요.엄마의 마음 관리도 중요해요
잠투정이 계속되면 엄마는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바닥을 치기 쉬워요.
“내가 잘못한 건가?”, “왜 이 아이는 이렇게 힘들게 자는 걸까?”
이런 자책도 하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엄마가 아이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아이들은 언젠가 자기가 잠투정했던 걸 기억 못하겠지만
그 순간마다 자기 곁을 지켜준 엄마의 품과 목소리는
분명히 그들의 정서적 기초가 되어줄 거예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도와달라고 하고,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그게 아이와 나를 함께 살리는 길이라는 걸 저는 요즘에서야 깨닫고 있어요.'경험으로 알게 된 육아 노하우 > 유아 발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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