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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언제부턴가 동글이는 엄마에게 “여기 앉아!”, “그렇게 앉지 말고 다리 모아서 앉아야 해!”
같은 지시를 아주 디테일하게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이렇게 해달라는 표현이구나’ 하고 웃으며 넘겼는데,
점점 정도가 심해지더니 “밖에 나가지 마”, “이건 만지지 마”,
“엄마는 여기서 움직이면 안 돼!” 식으로 엄마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려 들더라고요.
더 웃픈 건, 그걸 안 지키면 아이가 대성통곡을 하거나 화를 내니까… 저도 모르게
“그래, 알았어. 엄마 여기 이렇게 앉을게” 하고 따라 하게 돼요.
그런데 어느 순간엔 ‘내가 지금 아이 하인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가 아이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들지만,
왠지 모르게 좀 당하는(?) 기분도 드는 이 상황. 도대체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유아기의 통제 욕구,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도대체 왜 이렇게 통제하려고 들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많아요.
특히 3~5세 무렵, 아이가 사사건건 지시하고 자기 방식대로만 하려고 들 때면
엄마 아빠 입장에선 참 답답하고 힘들죠.
하지만 이 시기의 통제 욕구는 발달심리학적으로 보면 매우 ‘정상적’이고 ‘필요한’ 과정이에요.
이유는 바로 아이의 자율성 발달(Autonomy development)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생애 초기의 발달 단계 중
1~3세를 ‘자율성 대 수치심(Autonomy vs. Shame)’ 시기로 보았는데,
이 시기에 아이는 ‘내가 나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배우게 돼요.
즉,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보며 세상 속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거죠.
이 자율성 욕구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시작이기도 해요.
부모와의 애착을 기반으로 점차 ‘나도 뭔가를 결정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데,
이게 건강하게 발현되면 자기 주도성(self-initiative)으로 발전해요.
문제는 아이들이 아직 감정 조절 능력이나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 욕구가 ‘타인을 통제하려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그래서 “엄마 여기 앉아”, “나 먼저 가야 돼”, “내가 정해!” 같은 말들이 등장하는 거죠.
특히 이 시기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일 때
더욱 강하게 통제 욕구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유치원 입학, 동생 출생, 이사 등 큰 변화가 있었을 땐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 내가 확실히 조절할 수 있는 것들에 집착하게 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결국 아이가 유아기에 부모를 통제하려는 건 단순히 버릇없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함을 다스리고자 하는 방식이며, 독립을 향한 연습 과정인 셈이죠.
엄마를 통제하는 아이, 그대로 둬도 될까요?
이제 궁금해지죠.
그렇다면 이런 통제 행동을 그대로 받아주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단호하게 제지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무조건적으로 수용해도 안 되고, 무조건적으로 거절해서도 안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세상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확장해가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강하지만,동시에 안전한 한계(boundary)를 통해 안정감을 얻기도 해요.
즉,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라는 경험이 쌓여야
건강한 정서 발달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안정된 애착(secure attachment)”과
“건강한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의 균형이라 설명해요.
아이는 부모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처음엔 좌절하지만,
반복되는 일관된 반응 속에서 감정 조절력을 배우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경험을 통해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키워요.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는 여기 앉아 있어야 해!”라고 말할 때,
그냥 “그래, 알았어…” 하고 계속 따라주기만 하면 아이는 순간적으로는 안정되지만,
세상을 자기 뜻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왜곡된 신념을 가질 수 있어요.
반면 “싫어! 엄마는 내 마음대로 할 거야!”라고 퉁명스럽게 반응하면
아이는 감정적으로 버려졌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죠.
가장 바람직한 반응은 다음과 같아요:
“동글아, 네가 엄마가 여기 앉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알겠어.
근데 엄마도 지금은 움직이고 싶어. 네가 아쉽다는 건 이해해.
그러니까 엄마랑 같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까?”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되, 행동은 부모가 결정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에게는 “내 감정은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안정감과
“세상은 다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현실감이 동시에 자라게 되거든요.또한, 부모가 무조건적으로 통제를 허용할 경우,
아이는 점차 감정적 폭주(emotional flooding)를 경험하게 돼요.
모든 걸 컨트롤하려고 할수록 스트레스는 커지고,결국 아이 본인도 불안해지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부모가 따뜻한 단호함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장기적으로 큰 안정감을 주는 일이에요.통제를 시도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동글이가 계속 엄마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때,
처음엔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어요.
그런데 하루에도 몇 번씩, 디테일하게 지시를 받고,감정까지 실려서 짜증까지 내는 걸 반복하다 보면…
“나 지금 누구 하인인가…?”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특히, 내가 너무 피곤하거나 바쁠 땐 더더욱요.
그래서 어느 순간엔 “내가 아이를 너무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또는 “이런 식으로 크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생기더라고요.하지만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엄마의 감정 상태도 아이만큼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에요.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지 말지 판단하기 전에,내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를 먼저 체크해보는 게 좋더라고요.
만약 내가 너무 지치고, 감정적으로 여유가 없다면,아이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그건 ‘진심’이 아니라
그저 상황을 넘기기 위한 ‘양보’가 되고 말아요. 그러면 결국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요.그래서 저는 요즘, 동글이의 통제 욕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아이와 연결되기 위한 ‘우회 전략’을 쓰고 있어요.
감정을 무시하지 않되, 경계는 세워주는 ‘따뜻한 단호함’
아이의 통제 욕구에 현명하게 반응하기 위한 핵심은 바로 ‘따뜻한 단호함’(warm firmness)이에요.
예를 들어, 동글이가 “엄마는 여기서 저기까지 절대 나가지 마!”라고 말하면,
저는 이렇게 반응하려고 해요.“동글아, 네가 엄마가 거기 앉아 있기를 바란다는 걸 알아.
엄마도 네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해.
하지만 엄마는 지금 부엌에 가서 물을 좀 마시고 싶어.
다녀오면 다시 너랑 놀아줄게.”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처음엔 “싫어! 가지 마!” 하면서 반발하기도 해요.
하지만 계속 이런 방식으로 일관된 반응을 보여주면,
서서히 엄마도 자기 감정과 욕구가 있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게 돼요.
이게 바로 ‘감정 조절’의 첫 걸음이거든요.그리고 꼭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눈빛, 표정, 손길로도 충분히 전달해주는 게 좋아요.
비언어적 표현은 아이의 뇌에 훨씬 더 깊게 전달돼요.
아이에게 “지금 거절당한 게 아니라, 잠깐 조율 중이구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죠.엄마의 마음도 소중하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주는 법
우리는 흔히 “아이 감정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말에 익숙해져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엄마의 감정도 아이만큼이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이에요.부모가 자기 감정을 무시하면서 아이만 따라가다 보면, 결국 감정적으로 번아웃이 와요.
그리고 그 피로는 언젠가 폭발하게 되죠.
그게 바로 ‘참다 참다 화내는 육아’의 시작이기도 하고요.그러니 아이가 통제하려 들 때,
엄마도 자신만의 경계선을 지켜야 해요.
단, 그 과정에서 아이를 ‘버려진 느낌’이 들게 하지 않는 게 포인트예요.예를 들어 “싫어, 엄마 맘대로 할 거야” 같은 날카로운 말 대신
“엄마도 지금은 이게 필요해서 그렇게는 못 하겠어. 대신 이런 건 어때?”
이런 식으로 아이의 선택권을 살짝 돌려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거예요.이걸 반복하면 아이는 자신이 세상을 모두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도,
자기 감정이 존중받고 있다는 안정감 속에서 ‘적절한 포기’를 배울 수 있어요.감정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작은 스킨십과 눈맞춤
특히 통제 욕구가 강한 시기에는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하루에 짧게라도, 아이와 스킨십하면서 “엄마는 너를 사랑해”, “넌 내게 소중한 아이야” 같은 말을
표현해주는 시간이 필요해요.
간단한 포옹, 눈 맞춤, 손잡기,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
이런 아주 작고 일상적인 것들이 아이에겐 ‘내가 이 세상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감각을 심어줘요.이런 정서적 기반 위에 경계와 규칙이 세워지면, 아이는 훨씬 더 편안하게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요.
아이는 ‘조율하는 법’을 배우고, 엄마는 ‘경계 세우는 법’을 배운다
동글이처럼 엄마를 통제하려는 시기,
정말이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참을 인자를 새겨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죠.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묻곤 해요.
“지금 이 상황, 내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응하고 있나?”
“아니면 내 감정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아이 뜻을 따라주는 건가?”아이를 키우는 건 결국,
내 감정과 아이의 감정을 ‘조율’하는 과정이라는 걸 요즘 들어 많이 느끼고 있어요.
아이도, 엄마도 매일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우리 모두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함께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오늘도, 내 마음과 아이 마음 사이에서
‘너무 수고한 나’를 조용히 칭찬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경험으로 알게 된 육아 노하우 > 유아 발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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