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리맘의 공부하는 육아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는 다양한 육아 지식들을 공유합니다.

  • 2025. 5. 30.

    by. 동그리맘09

    목차

      요즘 동글이는 뭐든지 “내가 할래!”를 입에 달고 살아요.
      양치도 자기가 하겠다, 옷도 자기가 입겠다, 신발도 혼자 신겠다…
      처음엔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했죠. 그런데 이게 매일 반복되고, 바쁜 아침이나 외출 직전,
      시간이 없는 순간에도 고집을 피우며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면, 솔직히 제 속이 타들어갑니다.
      엄마라는 직책은 인내심이라는 에너지로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더라고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고, 어디서 끊어야 할지 매일 고민하면서
      “이게 다 발달 과정이겠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해요.
      그럼에도 현실 속에서는 ‘좋은 엄마가 되는 건 인내심의 깊이에 달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오늘은 그렇게 뭐든지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아이들에 대해,
      그 행동의 발달적 의미와 엄마의 대응법을 이야기해보려 해요.

       

       

      왜 아이는 ‘내가, 내가!’를 외칠까? – 자율성의 시작

      동글이가 “내가 할래, 내가 할 거야!”를 외치기 시작한 건 대략 30개월쯤부터였어요.
      처음엔 “오, 이제 자기 일을 스스로 하겠다는 거구나!” 하며 기특하게 여겼지만,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옷 입기, 밥 먹기, 양치질까지 모두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면
      솔직히 엄마 입장에서는 마음 한구석이 조급해지죠.
      특히 외출을 앞두고 시간에 쫓길 때는 속에서 천불이 나기도 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시기의 “내가 할래!”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아이가 ‘자아’를 확장하는 가장 본질적인 성장 신호 중 하나예요.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 Erikson)은 인간의 성장 과정을 8단계로 나눴는데,
      그중 유아기(1세~3세)는 ‘자율성 vs. 수치심과 의심’이라는 발달 과제를 겪는 시기라고 말해요.
      이 시기의 아이는 처음으로 ‘나는 나다’라는 자아의식을 갖기 시작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해보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겨요.

      “내가 할래!”는 바로 그 자율성의 표현이자,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형성하는 중요한 연습 과정이에요.
      자기 효능감이란, ‘나는 어떤 행동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신념이죠.
      이 신념이 잘 자리 잡으면, 이후 학습 태도나 사회성과 같은 여러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는 이 시기에 뇌 발달도 눈에 띄게 활발해요.
      전두엽의 시냅스 연결이 증가하면서 ‘계획 → 실행 → 성취’의 인지 구조가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하죠.
      비록 기술적으로 아직 부족해서 완벽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시도하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성장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의 의욕은 하늘을 찌르는데
      그에 비해 능력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엄마 입장에선 ‘너무 느리다’, ‘엉망이다’ 싶은 상황이 반복되고,
      때론 아이의 시도를 꺾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죠.

      이럴 때 중요한 건, 아이의 자율성과 부모의 현실적 상황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에요.
      완벽하게 다 해내는 걸 목표로 하지 말고,
      아이가 시도하는 ‘과정 자체’를 응원해 주는 게 핵심이랍니다.

       

       

      도와주면 화내고, 놔두면 엉망…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글이는 양치질을 자기가 하겠다고 하면 그 칫솔을 단단히 쥐고 절대 안 놓으려고 해요.
      해달라고 손을 내밀면 “내가 할 거야!!”라며 소리를 지르고 얼굴이 새빨개지죠.
      그렇게 놔두면 물은 흘리고, 치약은 얼굴에 묻고, 이 닦는 시간은 끝이 없고…
      결국 닦았다고 하면서도 치카치카는 장난처럼 끝나고 말아요.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자기 하고 싶은 욕구’는 받아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엄마가 책임질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 조율하는 것
      이에요.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좋아. 동글이가 먼저 이를 닦아보자.

      다 닦고 나면 엄마가 한 번만 마무리 닦아줄게.
      우리 둘이 협동해서 이를 깨끗하게 닦는 거야.”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내가 주도권을 가졌구나’ 하는 만족감을 느끼고,
      엄마는 최소한의 위생과 실용성을 챙길 수 있어요.
      '시작은 아이에게 맡기고, 마무리는 부모가'라는 원칙은 이 시기의 일상 생활에서 굉장히 유용하답니다.

       

      “내가 할래!” 자꾸 고집 부리는 아이, 자율성 키우는 똑똑한 대응법

      바쁜 날에는? ‘선택지 주기’로 자율성과 효율성 모두 챙기기

      아이의 “내가 할래”를 언제나 기다려줄 수는 없어요.
      특히 아침 등원 준비처럼 시간이 빠듯할 때는,
      아예 선택지를 두고 결정권을 아이에게 주는 방식이 효과적이에요.

      예를 들어 이렇게요:

       

      “동글아, 오늘은 시간이 조금 없으니까 양치는 엄마가 먼저 도와줄까,

      아니면 동글이가 먼저 1분만 닦고 엄마가 마무리할까?”

       

      선택권을 주면 아이는 통제받는 느낌이 들지 않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니 짜증도 줄어들어요.
      게다가 부모 입장에서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서 서로 윈윈이에요.

      이런 소소한 심리 기술이 하루하루를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 되곤 하죠.

       

       

      ‘내가 할래’의 그림자 – 좌절 감정도 중요한 배움의 기회

      “내가 할 거야!” 하고는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선 동글이가
      막상 신발이 잘 안 신겨지거나, 컵에서 물이 흘러넘치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많아요.
      “안 해! 싫어! 못해!”라고 외치면서 물건을 휙 던지는 날도 있죠.

      이 모습에 당황해서 “그래, 그럼 엄마가 해줄게!”라고 나서거나,
      반대로 “그러니까 하지 말랬잖아!”라고 혼을 낸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의 입장에서 이 모든 상황은
      ‘좌절’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소중한 발달 기회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유아기 아이들은 뇌 구조상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아직 미숙합니다.
      특히 ‘계획된 행동이 실패했을 때’ 좌절감을 다루는 능력은
      아직 경험과 피드백을 통해 익혀가는 중이에요.
      자기감정을 명확히 언어로 표현하는 언어 능력도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울거나 소리 지르며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죠.

       

      여기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아이가 좌절했을 때 그 감정을 “그럴 수도 있지, 다시 해보자”라고 받아주면,
      좌절을 회피하거나 억누르는 대신 ‘회복’하는 힘을 키울 수 있어요.
      이건 나중에 학교생활, 친구관계, 시험 실패 등 인생의 크고 작은 실패를 마주할 때
      건강한 자기 회복력을 길러주는 토대가 돼요.

      실제로 아동정서 발달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해요: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는 시도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실수할 자유가 있어야 도전도 가능하다.”

       

      그리고 좌절할 때 느끼는 감정을 억제당하면
      자기표현을 주저하게 되거나, 반대로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방향으로 굳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못해서 속상했구나”, “정말 해보고 싶었지” 같이
      감정을 언어로 ‘통역’해주는 공감 문장은 아이의 감정 조절 훈련에 아주 효과적이에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아이는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해보면 돼.”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 좌절을 다룰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어요.

       

       

      인내심에 한계가 올 땐… 엄마도 잠깐 멈춰도 괜찮아요

      가끔은 동글이의 ‘혼자 할래!’를 받아주다가 인내심이 바닥나서
      “그만해! 엄마가 그냥 할 거야!”라고 버럭 하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죄책감이 밀려오지만,
      돌아보면 엄마도 하나의 인간이고,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여유가 없다면, 일단 잠깐 멈추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해요.
      “동글아, 엄마가 지금 조금 지쳐서 잠깐만 쉴게.
      네가 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지금은 엄마가 힘들어서 조금 쉬고 싶어.”
      이렇게 말하면 아이도 점점 ‘엄마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배우게 되거든요.

       

       

      아이는 자율성을, 엄마는 여유를 배우는 시간

      ‘내가 할래!’라는 아이의 외침은,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버겁고, 또 어떤 날은 속을 박박 긁는 일이지만…
      그 안엔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담겨 있어요.

      엄마로서 우리는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서 있어요.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줄 것인가, 아니면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끝낼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며 조율하는 그 하루하루 속에서
      아이도, 엄마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오늘도 아이가 “내가 할래!”라고 외칠 때,
      엄마의 마음도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